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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여가 하면 30% 정도가 여행을 생각한다는 설문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인의 여행은 어디로 가느냐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명소 위주로 여행을 즐기는 바람에 자연이 훼손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벌떼처럼 몰려가 정동진을 망가뜨렸고, 영월 동강을 동강내버리고, 진도의 ‘모세의 기적’을 시궁창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여행의 성공여부는 장소가 아니라 누구와 같이 가느냐로 판가름납니다. ‘어디로’는 수단이고, ‘누구’와 ‘어떻게’가 목적이 돼야 합니다. 술자리가 즐거워지려면 맘에 맞는 사람과 함께 해야 하듯, 여행도 좋아하는 사람과 떠나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고의 여행 동행자는 가족이겠죠. 그러나 가족 단위의 편한 여행에만 길들여져서는 곤란합니다. 그렇다고 해병대 훈련 처럼 몸을 학대할 정도로 힘든 여행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일상과 낯설게 하기’입니다. 매일 승용차를 타고 다녔다면 기차를 타보고, 항상 똑같은 고속도로 대신 국도를 이용해 농촌 어디든지 마음에 드는 장소가 눈에 띄면 차를 세우고 풍경을 음미해보십시요.


조금만 살펴보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여행이 없지 않습니다. 이맘때는 30만원대로 ‘유키 마쓰리(눈축제)’를 즐길 수 있는 일본 삿포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일상과 낯설기하기’는 창의력과도 직결되는 개념입니다. 우리는 창의적이 되기 위해 매번 새로운 것만을 찾는 경향이 있는데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오히려 창의력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게 아니라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함으로써 찾아질 수 있다고 봅니다.


여행을 통해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게 이런 뜻입니다.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는 자신의 아이디어중 6할은 여행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매번 불도저 같은 계획을 내놓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많은 아이디어도 주한 외국인들로 구성된 자문단에서 나온답니다. 서울에 사는 외국인들은 서울사람들이 너무 당연시 한 것들을 낯설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이죠.


몸에 안맞는 화이트칼러복을 입어 문화적 관습을 뒤집는 채플린의 기법이나 배우가 연기하다가 갑자기 관객에게 말을 걸기도 하는 브레히트의 서사극도 낯설게 하기 효과입니다.


평소 어울리는 친구나 가족과는 달리 자신의 인생에서 절대 만나볼 기회가 없을 것 같은 사람을 한번 찾아가 인터뷰나 관찰을 해보는 것도 일상과 낯설게 하는 쉬운 방법일 수 있겠죠. 한번 해보시면 생각보다 많은 소득이 있을 겁니다.

‘친숙한 것으로부터의 거리 두기’는 선동적 맹목성에 빠지지 않고 자유로운 사고를 가능하게 해 ‘낯선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게 해줍니다.(문득 황우석 사태가 생각나네요)


유머의 기본 발생원리도 낯설게 하기입니다. 잘 노는 사람들은 세상을 낯설게 하는데에도 익숙합니다. 그러니 잘 노는 것과 유머, 재미, 창의력, 낯설게하기 등은 모두 이웃사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행은 일상과 낯설게하기 위해 종류도 다양합니다.Travel(일반적인 여행) Tour(잘 짜인 여행) Sightseeing(구경하는 여행) Trip(단기여행) Trek(고된 여행) Journey(긴 여정) Junket(유람여행)Voyage(항해여행) Odyssey(장기 모험여행).

이 모든 종류의 여행은 재밌는 구경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외부세계로 확장시켜주는 통로가 됩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새로운 의욕이나 복잡한 문제의 해결책이 생길 때가 있었을 겁니다. 그건 여행이 주는 특별선물이니 기쁘게 간직하십시요.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출처: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06/01/14/200601140048.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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